[에세이]혼자 여행

2022-02-19
조회수 1546

나이가 30대 중반을 지나가다 보니

진짜 쉼이 좀 필요하기도 합니다.

이번 겨울을 보내면서 두 번의 혼자 여행을 하였는데

소소하고 조용한 시간이 제게는 딱 맞는 휴식이 되었습니다.


혼자 여행을 할 때에 필요한 것은


숲 속에 있는 좋은 숙소

힙 플라스크에 담은 위스키와 다른 주류

안주와 간단한 저녁거리

좋은 커피 원두

그라인더와 미스터 클레버

남이랑 같이 보기 부담스러운 예술영화를 다운받은 외장하드와 노트북

읽기를 미뤄둔 책

산책하기 좋은 복장과 신발


이것들입니다.

다른 가족들과 여행할 때에는 맛있는 것을 먹는 것이 매우 중요했는데

혼자 여행을 해보니 저녁은 중요하지 않더라구요.

일찌감치 숙소에 들어가서

우선 원두를 갈아 커피를 마십니다.

그리고 어두워지기 전에 숙소 주변을 산책합니다.

제가 선택한 숙소는 평창에 있는 '밀브릿지'

그 다음에 방문한 숙소는 양평에 있는 '아틴마루'입니다.


밀브릿지는 이전에 가족들과 두 번 갔던, 제가 좋아하는 곳입니다.

산책하기 좋은 전나무 숲이 우거져 있는 곳이죠.

아틴마루는 처음 가보았는데,

산책길이 좀 알아보기 어렵게 되어 있어

깊은 산까지 들어가버리는 바람에 조금 위험할 뻔했습니다만

눈 쌓인 산길은 참 아름다웠습니다.

이런 숙소는 걸어서 갈만한 레스토랑은 없는 경우가 많아서

대체로 밖에서 저녁을 먹거나 사가지고 와서 안에서 먹고는 하는데

저는 오면서 들른 편의점에서 컵라면을 사와서

간단히 해결해 버리고는 합니다.


일전에 김혼지 작가님께서 '더 프리퍼'에서 주최한 북토크에서

'우울할 때는 샴페인을 마신다'

던지

'따뜻한 정종을 텀블러에 담아서 퇴근 길에 마신다'

던지

하는 유용한 팁을 알려주셔서

두번째 여행에서는 좋은 샴페인도 하나 가져갔습니다.

집에 있는 와인을 가져가는 것보다 더 특별한 시간이 되는 기분이었습니다.

정종도 담아 가보았지만 밖이 너무 추워서 밖에서 마시긴 어려웠네요.

그렇게 밤을 보내고

아침에 일어나 한번 더 산책을 하고

커피를 내려 마시고

돌아갈 준비를 합니다.

돌아오기 전 근처에 들러볼 만한 곳을 한번쯤 들렀다 오는 것도

덜 아쉬운 마무리를 위해 좋을 것 같습니다.


다음엔 어디로 가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