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램][심연 인사] - 중독

2022-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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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2022년 11월-12월 북큐레이션은

[심연 인사]를 주제로 진행되었습니다.


안부를 묻습니다.

어느새 일 년을 보내고

새로운 해를 맞이합니다.

그간 어떻게 지내셨나요?

시작하기 전에 안부를 묻습니다.

대부분 품을 희망 이전에

우리의 심연에는 무엇이 있었을까요.

권태, 상실, 중독, 우울.

당신의 심연에게

우리는 굿바이 인사를 건넵니다.

잘 가시게.

그리고 또 만나게


성탄절과 새해를 맞이하는

흥분과 설렘이 가득한 연말

왜 우울한 이야기를 하냐고 

물어볼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 삶에 

불쑥불쑥 나타나는 부정적인 것들

이겨내기 어려운 감정과

극복하기 힘든 상황

이러한 것들을 맞닥드리면

우리는 이유를 찾게 되지만

사실 이유라는건 없을지도 모릅니다.

우주의 먼지같은 우리들은

그냥 놓여져 있는 환경 속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놀라게 되는 존재이니까요.

그래서 더욱

이러한 것들의 존재를 인지하고

아, 이게 그거구나

하고 생각할 수 있다면

조금은 수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12월 20일부터 1월 2일까지 

더 프리퍼의 첫 전시회 [Danger Land]를 진행합니다.

아원공방의 안지용 작가님의 작품들입니다.

세상의 모든 유혹으로 가득찬 곳이 담겨 있는 작품들은

이번 [심연 인사]의 소주제 가운데

'중독'과 닿아있습니다.



중독이라고 하면 

뭔가 휘청거리면서 몸을 가누지 못하고

눈빛이 희미해진 사람들을 떠올리게 됩니다.

피부는 검붉게 변해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우리들, 잘 생각해보면

어떤 것들에 조금씩 중독되어있지 않은가요.

대표적으로 스마트폰이나

SNS가 그것이겠죠.

멀쩡한 얼굴로 

훌륭하게 업무를 처리하고 있는 사람이

퇴근 후에 항상 맥주를 마신다면

그 사람은 알코올 중독일까요.

미국에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는 약물 중독이

점차 우리나라에도 확산되고 있다는

공포스러운 뉴스가 나오고 있습니다.


캐롤라인 냅의 <드링킹 그 치명적 유혹>에

알코올 중독에 대한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삶에 대한 두려움'



음, 과연 그런 것 같습니다.

알코올 만이 아니라

다른 중독들도 모두

그런 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아무튼 인생을 잘 살아내는 것은

참 쉽지 않은 일이어서

두려움이 엄습하곤 합니다.

그 때 뭔가 즉각적인 즐거움을 주는

손쉬운 것들이

우리에게 큰 위로가 되곤 합니다.

한잔 술이나 한 모금의 담배

어떤 사람은 약물에 손을 대기도 하고

성적인 탐닉에 빠지거나

인스타그램의 릴스를 끝없이 넘겨보기도 합니다.


그것이 더 큰 문제에 대한

치료약이 될지

거대한 해악이 될지에 대해

인문잡지 <한편>의 7호 <중독>에서

문화인류학과 김관욱 교수는

'그것이 자신을 주위로부터 고립시킨다면

오히려 단절된 삶의 경고등이 아닌지

되돌아보아야 할 것이다.'

라고 이야기 합니다.



무엇이 되었던

나를 세상과 단절시키고

나를 둘러싼 흐름을 막는다면

그것은 절대로

나에게 해로운 것이 될 것입니다.


연말을 보내며

더 프리퍼에서 준비한 북큐레이션과 전시,

북토크를 통해서

우리 안의 어두움을 마주보고

내년을 준비하는 시간

가져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