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큐슈 여행기 - 1] 유후인 - 료칸 야마나미

2022-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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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부터 월요일까지 정말 바쁜 3일이었습니다.

새 지점을 오픈하는 것은 언제나 미스테리 같습니다.

이 상태로 내일 오픈한다고? 의심하면서 

또 해버리는 것입니다.

이번에도 남대문시장점을 월요일에 오픈하고 

화요일 새벽에 출발하는 일정으로 

분주하게 여행을 떠났습니다.



3년만의 일본행입니다.

일본에서 소품을 사오기도 하느라고 

빈번하게 가던 하늘길이 코로나로 막혀버린지 3년만에

그리워하던 공간을 향해 갑니다.

자주 방문하던 작은 료칸이 

혹시 코로나로 문을 닫았을까 걱정했습니다.

료칸 주인분께 이야기하고자 구글로 찾아 보았습니다.

"コロナのせいで心配しました。"

(코로나 때문에 걱정했습니다.)


학생 때 일본어를 좀 공부해둘걸 항상 후회가 됩니다.

졸업하고 나니 공부를 우선순위에 두기 쉽지 않습니다.

히라가나도 헷갈리는 수준이지만 

자유롭게 다닐 수 있다는 것이

일본 여행의 편한 점입니다.


이 지역에 여러번 와서 유명한 곳은 잘 가지 않지만

이번에는 지인 부부를 데리고 온 여행이기에

첫 방문지로는 관광지로 유명한 '유후인'을 향합니다.


공항에서 차를 빌려 바로 고속도로에 오릅니다.

오른쪽 좌석이 운전석이고 

왼쪽 차로로 운전하는 시스템에

잠시 익숙해지는 시간이 필요하지만

앞으로만 달리는 고속도로에서 금방 편안해집니다.

뭔가 점점 삐까번쩍해지는 한국의 휴게소와 달리

작고 소박한 일본의 휴게소에 들르는 것도 

자유여행의 재미입니다.



유후인은 제일 안쪽에 위치한 긴린코 호수와 

기차역에서 호수까지 이어진 쇼핑거리로 유명합니다.

소소한 살 거리와 먹을 거리가 여행의 재미를 더합니다.



유후인에서 유명한 금상고로케입니다.

따뜻하고 포슬포슬합니다.



긴린코 호수는 

'노을이 비친 물고기들의 비늘이 

금빛으로 빛난다 '고 하여

긴린코(金鱗湖)라 이름 지어졌다고 합니다.

점심 때 방문했지만 

황금같은 잉어가 여럿 노닐고 있었습니다.



웨이팅 리스트에 이름을 올려 놓고 

잠시 호수를 산책합니다.

몇년만에 방문해도 그 모습 그대로.

가을이 푹 물들어 있는 다채로운 빛깔입니다.



료칸에서 저녁으로 

가이세키 음식을 배부르게 먹을 것이기에

점심은 가볍게 소바! 라고 이야기하지만

간식으로 당고도 먹고 

말차 아이스크림까지 먹고 맙니다.

여행이니 어쩔 수 없습니다.



첫날 방문한 료칸 야마나미는 

아소 지역에 위치해있습니다.

아소 지역은 동서 16km, 남북 27km에 달하는 

거대한 칼데라 지형으로, 아소시를 품고 있습니다.

칼데라 지형은 화산 분출 후 붕괴되어 

움푹 들어간 지형을 말하는데,

아소시를 둘러싼 외륜산에는 

다양한 그라스와 조릿대가 자라서

가을이면 황토색 풀이 넘실거리는 모습이 

소의 등허리 같습니다.

제가 사랑하는 풍경이 바로 그 풍경입니다.



비가 조금 내리는 저녁에 첫 료칸에 도착했습니다.

이곳은 이번에 네 번째로 방문하는 곳입니다.

여탕과 남탕, 그리고 세 개의 가족탕이 있는 료칸인데

아소산과 가까워서 물이 더욱 좋습니다.



저희는 주로 도착하자마자 

탕에 들어가서 피로를 풉니다.

목욕이 저녁 맛을 더 돋구기 때문입니다.

저녁 후에 한번 더 목욕을 하고 싶지만

대개는 배부르게 먹고 뻗어버리고 맙니다.



4인석 자리 가운데에 불판이 놓여있어

닭고기, 돼지고기, 소고기, 그리고 야채를 

원하는 정도로 구워서 먹을 수 있습니다.

각자 앞에는 일본답게 정갈한 음식들이 놓여있습니다.

조금씩 주는 것 같지만 맛 좋은 음식을 다 먹자면

배가 한참 모자릅니다.



뒤이어 나오는 음식들도 하나같이 맛이 좋습니다.

저희가 계속 방문하는 곳은 

역시 음식이 맛있는 곳이어서

이번에도 자신있게 지인들을 데리고 갔습니다.

구마모토 지역은 말고기가 유명해서 

이번에도 말고기 회가 나왔습니다.

소고기와 다른 쫄깃한 식감에 

생강을 곁들여 먹으면 맛이 좋습니다.

맑은 물에서 사는 민물고기 구이도 별미입니다.

야먀나미 료칸은 

20여개 야채절임을 골라 먹는 재미도 있는 곳입니다.

미소국과 함께 밥까지 먹으면 

푸짐한 저녁이 마무리 됩니다.


이 날은 일본의 월드컵 첫 경기가 있는 날이었는데

경기를 다 보지 못하고 잠이 들고 말았습니다.



아침에 되어 이번엔 다른 욕탕에서 목욕을 한 후

동네를 산책합니다.

정말 아담한 시골 마을 뒤로

울창한 숲이 펼쳐져 있습니다.

분홍꽃이 만발해 있습니다. 

잎의 모양은 동백을 닮았는데

꽃잎이 하나하나 떨어져있어

일본 동백은 우리와 좀 다른가 생각해봅니다.



료칸은 호텔보다 가격이 비싼듯 싶지만

한국이라면 십만원은 훌쩍 넘을 가이세키 음식과

푸짐한 조식까지 제공되어서 항상 만족합니다.

특히 큐슈 지방은 

혼슈나 북해도보다 료칸 가격이 저렴한 것 같습니다.



아소 지역에 펼쳐진 목초지가

말과 소를 기르기에 좋아서

우유 맛이 아주 좋습니다.

저지(Jersey) 젖소의 우유라고 합니다.


전날 먹은 저녁이 아직 배에 남아있는 듯 하지만

한톨 남김 없이 조식을 해치웁니다.



날씨가 좀 궂어서 걱정이지만

오늘은 '그 풍경'을 보러 다이칸보(大観峰)를 향합니다.


(つづく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