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책 리뷰] <음악의 언어-흐르는 시간에서 음표를 건져 올리는 법> 송은혜

2024-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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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8월, 송은혜 작가님을 모시고 북토크를 열었습니다. 당시 대상이 된 책은 <일요일의 음악실>입니다. 오르간을 전공하고 프랑스 렌느 음악대학과 렌느 시립음악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작가님은 너무나도 부드럽고 친절하게 음악 이야기를 전해주었습니다.

 

이번에는 그보다 2년 앞서 출간된 <음악의 언어>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스스로를 '동네 음악선생'이라고 부르는 저자는 베토벤이 편지에서 '예술을 행함에 그치지 말고 내면으로 파고들라'고 독려한 ‘한 명의 에밀리'로서 매일매일 음악을 하며 살아가는 것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매일 음악을 하는 삶은 매일 실패하는 삶이기도 합니다. 그것은 끊임없는 연습과 동의어입니다. 매일 연습을 하며 나의 부족함을 대면하고, 실망하고 연습하고 약간 회복하고 또 다시 실망하고를 반복하다 보면 조금 성장해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무엇을 하기 전 인터넷에서 정보를 찾고 조금의 실패도 허용하지 않으려는 요즘의 삶에서 자발적인 좌절의 일상은 고통스러우나 아름답습니다.

 

이 책에서 여러 번 등장하는 작품이 있습니다. 바로 파스칼 키냐르의 책 [세상의 모든 아침]입니다. 송은혜 작가님의 책과 함께 이번 북큐레이션에서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 책에는 두 명의 주된 인물이 나오는데 바로 생트 콜롱브와 마랭 마레입니다. 생트 콜롱브는 음악에 깊이 천착하여 세상과 단절된 삶을 살아가고 마랭 마레는 세상에서 성공한 연주자입니다. 마랭 마레는 생트 콜롱브에게 제자로 받아달라고 청하지만 ’당신은 음악을 하지만 음악가는 아닙니다‘라며 거절 당합니다. 음악을 하는 것과 음악가는 어떻게 다른 걸까요. 음악을 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음악 언어에 익숙해져야 합니다. 이러한 언어가 모두 표현되어 있는 것이 바로 악보인데 최고의 테크닉으로 악보대로만 연주한다고 해서 음악이 완성되는 것은 아닙니다. 똑같은 한 박자라도 어떻게 터치할 것인가, 끝 음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레가토나 논-레가토와 같은 아티큘레이션을 어떤 정도로 표현할 것인가 하는, 악보 곳곳에 자리한 세세한 문제들을 다루어야 합니다. 그것은 머리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삶으로 하는 것입니다. 삶에서 겪은 모든 경험과 감각이 음악을 이해하게 하고 그것을 표현하게 합니다. 생트 콜롱브가 말하는 ’음악가‘는 음악으로 사고하고 감정을 표현하는, 음악으로 사는 사람인 것입니다.

 

또 여러 번 언급하는 인물이 있다면 바로 베토벤입니다. 실제로 책의 시작과 끝인 ’프렐류드‘와 ’코다‘ 모두 베토벤으로 시작해서 베토벤으로 끝이 납니다. 책의 전체적인 구성은 변주곡의 형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각 챕터가 var.# 의 표시로 되어있기 때문입니다. var.17에서 저자는 베토벤의 디아벨리 변주곡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변주곡은 ’단순한 주제 선율을 다양하게 변형하여 반복하는 음악‘입니다. 교향곡 3번 <영웅> 등 여러 작품에서 반복적으로 사용된 <영웅 변주곡>의 주제는 여러 번 사용되는 만큼 주제 자체로 아름답습니다. 반면 말년에 작곡한 <디아벨리 변주곡>은 그렇지 않습니다. <디아벨리 변주곡>의 주제는 아름답지 않습니다. 그러나 베토벤은 오히려 그 ’보잘 것 없음‘에 주목했다고 합니다. 주제를 해체해 각각이 하나의 작품이면서 합치면 하나의 대작이 되는 작품을 만든 것입니다. 저자는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디아벨리 변주곡을 들으며 위안을 얻는다. 빈약하고 어설픈 주제라도 포기하지 말자. 매일의 삶이 만드는 변주를 견디다 보면 언젠가 독특하고 풍성한 변주곡의 마지막 장을 감사히 덮는 날이 올테니.‘

 가끔은 나의 가치가 보잘 것 없게 느껴지고 내 인생의 의미에 대해 묻기도 할 것입니다. 하지만 매일매일 그날의 변주곡을 만들어가면서 비슷해 보이는 하루를 충실히 살아낼 때 우리 인생 전체는 하나의 멋진 작품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 음악이 우리에게 해줄 수 있는 가장 멋진 이야기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자는 결국 음악을 통해 나와 당신, 그리고 삶에 대한 사랑을 이야기합니다. 작은 연주회장에서 울려 퍼진 나이 많은 음악가의 목관 악기 연주는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물을 머금은 식물처럼 신선하고 부드러운 소리가 났다고 합니다. 그것은 한 노장이 삶과 사랑을 담아 전하는 축복이었습니다. 플루트의 전신인 작은 나무관을 통과한 음악가의 호흡은 하나님의 호흡처럼 듣는 사람에게 생명으로 전달되었습니다. 호흡. 그것은 어쩌면 음악의 본질입니다. 현악기를 연주하더라도 음악가들은 서로 눈을 처다보며 호흡을 맞춥니다. 그 옛날 호흡을 담아 흥얼거린 것이 최초의 음악이 되었을까요. 그래서인지 음악은 생명의 기척을 담고 있습니다. 그리고 음악가는 음악을 통해 사랑의 메시지를 전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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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일부분을 좋은 음악에 할애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다른 일을 하면서 배경음악으로 흘려버리는 것이 아니라 음악이 전하는 위로에 충분히 귀를 기울일 수 있는 시간 말입니다. 직접 음악을 연주하는 것은 더 좋을 것입니다. 조금 더 직접적으로 음악의 시작과 끝이라는 숙명을 감각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면 우리는 조금은 겸허한, 그래서 더 위대한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오늘은 오늘의 음악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