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순간을 감각한다는 것

2023-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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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산책자는 _ _ 한다."

2023년 the prefer의 주제에 대한 회의를 할 때

새로운 접근 방법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주제로 잡은 키워드에 어울리는 '동사'를 생각해볼 것.'

도시 산책자라는 단어는 

the prefer에 관심을 갖고 찾아와줄 분들의 특징을

잘 담고 있을 것 같았는데

그렇다면 그런 분들은 어떤 행동을 할까.

으음, 과연 이 프로그램 전체의 성격과 관련한

중요한 질문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떠올린 5가지 동사 가운데 하나가

'감각하다'였습니다.

그런데 그냥 감각하는 것이 아니라

'순간'이라는 명사가 어울리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냐하면 산책자는 계속 움직이기 때문입니다.

걸으면서 흥미로운 것 혹은 경이로운 것을 보기도 하고

어디선가 휙 스치는 향기를 맡고

갖가지 크고 작은 소리를 듣기도 합니다.

돌로된 성벽의 거친 표면을 손으로 만져보기도 합니다.

산책자의 순간순간은

새로운 감각으로 가득 채워지게 됩니다.



제가 산책을 하면서

찍어둔 사진을 다시 찾아보았습니다.

단연 많은 것은 식물의 사진입니다.

제가 겉보기에는 차가워 보이기도 하는데

사실 동식물을 아주 좋아한답니다.


나무가지가 하늘에 자유로운 선을 그린 것을

바라보는 것이 좋습니다.



하-얀 구름이 뭉실뭉실 있는 하늘을

바라보는 것도 좋아합니다.



콘크리트 담장 옆에 

보기 드문 꽃이 피어있는 것을 발견하는 것은

꽤나 기쁜 일입니다.



산책하다가 좋아하는 카페에서

잠시 쉬는 것은 삶의 큰 행복 가운데 하나이겠죠.



우연히 멋진 건물을 발견하기라도 하면

대단한 것을 찾은 기분이 듭니다.



며칠 전에 갔던 평창동 길은

비온 뒤 짙은 안개에 쌓여 있었는데

어디서 화목 난로를 때우는지

나무 탄내가 촉촉하게 번져서

시공간이 점프를 하기라도 한 듯

신비로운 감각이 느껴졌습니다.



산책자, 그 중에서도 도시에서 

산책자가 되어야 하는 이유는

도시에서는 산책자가 아니면

도시의 숨은 매력과

숨은 자연을 경험하기 어렵기 때문에

더욱 적극적으로 산책에 나서야 하는 것입니다.



우리의 더 많은 순간이

산책자의 기쁨으로 채워지기를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