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책리뷰] 도시와 예술의 풍속화 다방 - 김윤식

2024-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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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간 것은 왜 항상 아련하고 아름답게 

기억되고 마는 것인지

인천문화재단의 의뢰로 다방, 

그리고 인천의 다방에 대해 글을 쓰게 된 작가는

그가 사랑한 은성다방과 

삐걱거리던 나무 계단과 뿌연 전등 불빛과

그 아래 모였던 사람들과 흘렀던 음악과

벽에 걸렸던 그림들과 나누었던 이야기들을 떠올리며

그들이 이제 없다는 사실에 가슴이 메어

처음에는 무슨 말을 해야 하나 막막했다고 전합니다.


여러분에게 다방이란,

요즘 말로 카페란

어떤 존재인가요.



19세기 말 인천이 개항하면서

대불호텔에 들어선 커피집을 시작으로

서울에는 1920년대에 작가 '이상'과 같은

시대의 인텔리들을 필두로 커피와 문화를 파는 

다방이 생기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1930년대에 이르면 세일즈맨이나 

상인, 관리들이 드나들던 '차를 파는 다방'과

문인이나 화가, 음악가들과 같은 문화인들이 드나들던

'차를 마시는 기분을 파는 다방'이

나뉘었다는 이야기에

요즘이나 똑같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를테면 저렴하고 큰 용량의 커피를 

바쁘게 주문해서 들고 가는 사람들과

'분위기'있는 곳에서 머물며 잠시 쉬어가거나 

담소를 나누거나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려고 

잘 꾸며진 카페를 찾는 사람들로 나뉘는 것입니다.



이 책에서 얻은, 카페의 어떤 본질을 나타내는 단어는

'거리의 응접실'이라는 말입니다.

아하 그렇구나. 카페는 거리의 응접실이구나

가배도가 어떤 공간이 되어야 하는가 생각할 때

항상 염두하는 지점이기도 합니다.



요즘 한 집 건너 한 집 씩 있는 카페는

저마다 브랜드를 드러내는 

여러 장치를 가지고 있습니다.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세련되거나

독특한 인테리어를 하는 곳도 있고

아주 레트로한 분위기로 

60-70년대 '다방'을 재현한 곳도 있고

미래의 어느 곳이거나 

외국의 어느 곳을 재현한 곳도 있습니다.

가배도는 송파점을 돌아보면

처음 서울에 카페들이 문을 열던 

20-30년대 개항기 분위기로 시작했지만

이제는 집 밖에 있는 나의 거실로서

편하게 친구를 만나고 책을 읽고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그런 공간을 조성하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습니다.



작가가 전해주는 '은성다방'에 대한 기억은

응답하라 시리즈를 보는 것처럼

아련하게 우리의 그리움을 자극합니다.

1960년대 인천 문화계의 중심 역할을 했던 은성에는

이름이 있거나 없는 문인들, 화가들이

수시로 드나들었던가 봅니다.

은성의 주인이었던  마담 김윤희 여사의

우아하고 사려깊은 운영으로

신인 화가의 전시도 여러 번 여는 등

은성의 30년은 참으로 행복한 기억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 '아취 (雅趣) 있는 실내 분위기와

손님에게 긴장감을 조성하지 않는 

품위있는 운영자세'는 지금 우리 카페도 

본받아야 할 지점이 아닌가 싶습니다.


작가가 그리워하는 다방은

지금도 카페의 형태로 계속되고 있습니다.

한국인의 카페 사랑이 거의 100여년에 이르는

상당히 오래된 것이었다고 하니 '역시' 싶습니다.

앞으로도 카페는 우리 일상에

너무나 소중한 장소겠죠.

행복은 그런 시간과 기억일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