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책리뷰] 매혹과 잔혹의 커피사 - 마크 펜더그라스트

2024-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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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한 잔의 넓이


오늘 커피를 마셨나요? 몇 잔의 커피를 마셨나요?

어떤 커피를 마셨나요? 

커피는 당신에게 어떤 존재인가요?


커피의 발견에 대해 전설적으로 내려오는 이야기는

6세기 경 에티오피아의 한 목동 칼디가

염소들이 먹고 흥분하여 춤을 추는 열매를 발견하여

비롯되었다는 이야기가 유명합니다.

15세기 말에 이르러

이슬람교 순례자들을 통해 

이슬람 전역에 커피가 소개되면서

커피는 중동을  거쳐 인간의 다사다난한 역사를 따라 

전세계로 흘러갔습니다.


커피는 커피하우스 처럼 

우아한 곳에만 있지 않았습니다. 

인기있는 것들이 으레 그러하듯 여러가지 힘이 

커피를 둘러싸고 겨루었습니다. 

국가간 경쟁, 암투와 모략, 제제와 실제 피를 흘린 분쟁, 

여러 회사의 흥망성쇠, 도산, 합병 등 

욕망이 가득한 냉정한 세계가 

커피라는 존재가 걸어온 역사의 

밑바닥을 구성했습니다.


지금 우리가 누리는 카페 문화 역시

커피 농장에서의 고단한 노동과

선물거래시장에서 오르내리는 커피가격의 변동과

스벅과 블루보틀의 뒤를 이을 

주인공 자리를 놓고 벌이는 치열한 경쟁 위에

안락하고 멋스럽게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 책은 커피라는 존재가 걸어온 장대한 여정을

낯낯이 밝혀 보여주고 있습니다.

특히 근대에 이르러

1920-30년대 미국 커피회사들의 치열한 경쟁,

이를테면 라디오나 TV 쇼를 직접 만들어서

제품을 홍보한다던지 했던 이야기라던지,

금주법으로 커피하우스가 호황을 이루었던 때

앨리스 푸트 맥두걸이라는 여성이

이태리 스타일의 호화로운 커피숍을 

성황리에 운영하다가

대공황과 금주법 폐지로 몰락한 이야기와 같은 것이

아주 생생하게 다가왔습니다.



지금 너무나도 유명한 스타벅스가 있기 전에

1960년대에 이미 좋은 커피에 대한 열망이 생겨났고

1966년 샌프란시스코에서 피츠커피&티가 문을 열어 

1971년 문을 연 스타벅스 초기에 

도움을 주기도 하였는데

1984년에 스타벅스가 피츠를 인수했다는 이야기, 

1980년대에는 오리건주에서 커피빈이, 

시카고에서는 글로리아 진스라는 익숙한 이름들이

문을 열었다는 이야기도 뭔가 감개무량했습니다.


그런 과정에 여성이 두각을 나타내는 일도 있었는데

에르나 크누첸은 여성으로서는 처음 

커핑을 전문적으로 하여

우수한 생두 바이어로 활동하면서

'스페셜티 커피'라는 용어를 만들어냈다는 

이야기도 있어 뿌듯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스타벅스의 성공스토리도 자세히 다루어져있었는데

많은 분들이 아시다시피 

1982년에 스타벅스에 합류한 하워드 슐츠는

놀라운 경영능력으로 

스타벅스를  최고의 커피 브랜드로 만들었는데,

지금 너무 익숙해서 

한수 아래로 평가 받기도 하는 스타벅스에

다시금 감탄의 시선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이외에도 중남미 국가에서 있었던 여러 분쟁이나

커피 가격을 둘러싼 여러 국가 간의 마찰 역시

자세히 다루어져 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오늘날 가능한 모든 스타일의 매장에서 

커피를 다루고 판매하고 마실 수 있는 이유는 

수백년동안 전세계에서 향유되면서

인간사의 모든 희노애락을 

담아왔기 때문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커피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보고 싶은 열망을 해소하기에

아주 좋은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