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책 리뷰] TOKYO SPECIALTY COFFEE LIFE - 이한오

2024-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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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를 어떤 마음으로 마시는지요.

긴급한 카페인 수혈일 수도 있고,

휴식의 친구일 수도 있고,

대화의 구실일 수도 있구요,

미식의 경험이기도 합니다.


그럼 카페란 어떤 공간일까요.

친구와 혹은 나 자신과 대화하는 공간이기도 하고

요즘엔 어떤 브랜딩을 위한 수단이 되기도 하고

커피라는 음료에 대한 탐구의 장이 되기도 합니다.



스페셜티 커피라 하면

세계적으로 커피에 관해 권위를 가지는

스페셜티 커피 협회 SCA에서 인증한

커피 감정사인 큐그레이더 Q GRADER가 

향미를 평가해 80점 이상의 등급을 받은 

커피를 말하지만

모든 커피가 다 평가를 받지는 않으므로

생두의 수확부터 커피의 추출에 이르기까지

각 과정의 주체가 명확하고

일정 수준 이상의 품질을 가진 커피를 아울러

스페셜티 커피라 합니다.


일본에 스페셜티 커피 열풍이 시작 된 것은

우리보다 10년 정도 빠른 

2000년대 초중반이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지금도 도쿄에 가면 맛있는, 

그러니까 요즘 맛을 내는

커피집이 생각보다 적다고 느끼는데

쓰고 진한 '고쿠'한 맛의 커피와

간단한 식사를 즐기는 킷샤텐이

오랜 세월 일본의 커피씬의 

주류를 이루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스페셜티 커피는 블루보틀, 인텔리젠시아와 같은 

미국의 커피 브랜드가 '제 3의 물결'이라고 하며 

시작된 커피 스타일이라 할 수 있는데,

일본은 2000년대 초중반에 '마루야마 커피'와,

2003년 월드 바리스타 채피언십에서 우승하고

2006년 도쿄에 자신의 매장을 연

우리에게도 유명한 '폴 바셋'을 통해

일본의 스페셜티 커피 문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앞선 설명이 길었지만

이 책은 도쿄에 위치한 스페셜티 커피집을 소개하며

각 커피집에서의 경험과 

일본 스페셜티 커피 업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아, 저번에 도쿄에 가기 전에 읽었어야 했는데!

라는 후회가 드는 책입니다.

사실 도쿄에서 맛있는 커피를 마신 기억이 별로 없는데

일본도 워낙에 스타벅스가 강세이고

여전히 주류를 이루는 것은 

쓰고 진한 맛의 커피이기 때문입니다.



이 책을 통해 둘러본 도쿄의 스페셜티 커피집은

대체로 크지 않고 

직접 로스팅하거나 다른 업체의 좋은 원두를 

소개하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에스프레소도 있지만 드립 커피 방식이 대세이며

간혹 에어로프레소나 

사이폰을 이용하는 경우도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어느 집이나

커피 본연의 맛에 대해 깊이 있게 탐구하고

마음을 담아 로스팅과 추출을 이어가는 모습은

오래된 커피집의 커피 장인의 모습과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점점 커피시장이 고도화되어서

고급, 혹은 귀한 생두를 잘 추출해서 제공하는

어떤 '미식 경험'을 제공하는 공간도 생기고 있습니다.


하기야 음악도

일을 하거나 운전을 할 때

배경음악처럼 틀어놓기도 하고

CD나 LP를 사서 혼자 집중해서 듣기도 하고

때론 비싼 돈을 내고 음악회에 가서 듣기도 하니

그런 소비 형태에 비유할 수도 있겠습니다.



어쩌면 스페셜티 커피를 다루는 매장 수는

이제 우리나라가 일본보다 많을지도? 

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무튼 배우는게 빠른 우리니까요.

하지만 도쿄의 스페셜티 커피집은 여전히

우리에게 어떤 영감을 주는 것 같습니다.


다음 도쿄 방문 때는 꼭

이 책을 한 손에 들고 가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