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램]창작 현대무용 <Querencia> 리뷰

2024-07-10
조회수 281

 지난 6월 27일, 

가배도 삼청점이 5년 4개월여의 여정을 마쳤습니다.

그 마무리를 기념하고 이 멋진 공간을 기억하기 위해

가배도에서의 '휴식'을 생각하며 준비한

창작 현대무용 공연 <Querencia>가 

6월 22일에 열렸습니다.





공연의 글

케렌시아(Querencia)는 피난처, 안식처, 귀소본능을 의미한다. 

이 단어는 원래 투우장에서 소가 마지막 일전을 앞두고 홀로 잠시 숨 고르기를 하는 자신만의 공간을 의미한다.

매일이 전쟁 같은 현대인에게도 회복과 모색을 위한 케렌시아가 필요하다.

일상에 지친 나를 잠시나마 쉴 수 있고 사유할 수 있게 해주는 공간, 가배도에서 우리는 케렌시아를 찾는다. 이곳에서 반복된 삶 속의 나의 모습은 어떠한지, 

나에게 휴식이란  어떤 의미인지 생각해 본다.


INTRO 반복의반복

새로움에 대한 사유가 없는 하루의 연속

마치 기계 같은 익숙한 일상의 반복


STAGE 1 제3의 공간

같은 공간 비슷한 행위를 하고 있는 우리들

나조차도 인지하지 못한 비의지적 행위의 나열


STAGE 2 케렌시아

쉬는 시간 그리고 쉬는 공간 속 나는 과연 휴식을 제대로 취하고 있는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진다.


한국인은 이상할 정도로 

휴식에 익숙하지 못 하다고들 하죠.

우리나라도 유럽 나라들처럼 

몇 달 씩 여름 휴가가 주어진다면

학생들을 위한 학원 특강이 열리고

회사원들은 자기개발을 시작할까요.

휴식이란 무엇일까요.


건축과 도시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해주시는

유현준 교수님의 유투브를 보는데

가운데 마당이 있는 디귿자 전통적인 한옥 구조를 

층층이 쌓으면 안되냐는 질문에

그것이 바로 우리나라의 아파트라고 답을 하셨습니다.

오호 그렇구나. 

우리는 마당을 대신한 

거실을 중심으로 한 집에서 살아갑니다.

다만 거실은 하늘이 닫혀 있는 마당이기에

모두 텔레비전을 들여다보면서 

휴식 아닌 휴식을 하게 됩니다.

마당의 상실은 휴식을 잊어버린 것과

관계가 있지 않을까요.


최근에 이사를 했습니다.

북한산 한 자락에 자리 잡은 주택 단지 꼭대기에 위치한

아담한 주택입니다.

언젠가 구기동 살이에 대한 이야기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집을 고른 것은 

탁 트인 북한산 전망 때문이었습니다.

처음으로 하늘이 넓게 트인 집에서 

살아보게 되었습니다.

이런 집에서는 휴식이 어떻게 달라질까요.


휴식이란

넓은 자연 가까이에서 정신을 환기하고

 시선을 '나'에게로 돌리는 시간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나를 둘러싼 세상에 잘 적응하기 위해 살아왔다면

내가 좋아하는 것을 좀 더 즐기고

내가 아직 경험해보지 못한 것을 시도해보고

나의 소중한 관계를 돌아보고 더 챙기는 거죠.

'불안함이 없는 허송세월'이라고 할까요.


무엇을 '해야 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흥미 본위의 행위, 

그러니까 어린아이와 같은 순수한 몰입.

재잘거리는 세상의 소음을 줄이고

나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이 아닐지.


가배도가 여러분에게 

휴식의 시간에 찾을 수 있는 공간이기를 바랍니다.

친한 친구와 함께

혹은 혼자서 책 한 권을 들고

때론 전시회를 보고 난 후 감상을 정리하기 위해 찾을 때

어떨 때에는 다소 북적거린다고 해도

그것이 거슬리지 않는 즐거운 소음이기를 바랍니다.


기대 이상으로 많은 분이 공연을 찾아주셨고

또 제가 바라던 대로! 우연히 가게에 들어왔다가

현대무용 공연을 마주친 손님들이 여럿 계셨는데

<케렌시아> 공연을 보고 무엇을 느꼈을지 궁금합니다.


예상치 못한 곳에서 멋진 예술을 만났을 때

그 생경한 느낌과 거부감, 혹은 경외심과 호기심

이런 익숙하지 않은 기분을 느끼며

나의 세포가 조금은 

새로워진 기분을 느꼈다면 좋겠습니다.


때론 익숙한 것을 조금 벗어나는 것이

'나' 자신과 더 가까워지는 

휴식에 이르는 길이기도 하니까요.


가배도 삼청점의 farewell을 기념하며

멋진 공연을 만들어주신

무용가 염정연, 문경재, 김승윤 님께

감사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