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책리뷰] 식물의 책 - 이소영

2024-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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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를 주제로 한 3-5월의 북큐레이션 가운데

마지막 달에 리뷰할 책은 

식물세밀화가 이소영 작가의 [식물의 책]입니다.



식물세밀화는 화가들이 그리는 식물 그림과 

어떻게 다를까요? 

화가들은 작품의 소재로서 

자신의 예술적 표현의 수단으로 식물을 그리지만

식물세밀화는 식물연구의 일부로서 

식물의 종적 특성을 총정리하여 

그림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하나의 개체를 정확하게 그리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종'의 특징을 모두 반영하여 그리는 것이죠.

그래서 사실적이되 사실은 사실이 아닙니다.

자생지에서 자라고 있는 모습 부터 시작해

채집 후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면서 그리기 때문에

완성하는데 까지 수년이 걸리기도 한다고 하네요.



이 책에는 42개의 식물에 대해

작가가 그린 식물세밀화와 함께

그 이름의 유래나 

어떻게 우리 곁에 오게 되었는지 등

크고작은 정보를 전달해줍니다.

제비꽃이 콘크리트 틈에서 꽃을 피울정도로 

번식력이 강한 것은

개미가 제비꽃의 씨앗에 붙어있는 

달콤한 것을 좋아해서

여기저기 옮겨주기 때문이라던가

로즈마리는 장미와 관계가 있는 것이 아니라

'로즈마리누스', 즉 바다의 이슬이라는 뜻의 

속명에서 온 이름인데

습한 환경에서 잘 자라는 로스마리의 보라색 꽃이 

이슬같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고, 

그래서 물도 많이 주어야 한다는 것 같은 

이야기들입니다.



그런 소소한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읽던 중

주목나무에 대한 글을 보았습니다.

아, 주목나무!

저는 휴식을 하러 평창에 가곤 하는데

발왕산 케이블카를 타면 1458m 산 위로 올라가

잘 조성된 산책로를 걸을 수 있습니다.

그곳에 주목나무 군락지가 있습니다.



주목나무는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이라는 말이 있는데요,

빙하기도 견디었을 만큼 지구상에 오래 살았고

죽어도 잘 티가 나지 않기 때문에

그렇게 이야기한다고 합니다.



주목나무는 약용식물로도 유명하다고 하네요.

주목에서 '택솔(taxol)' 이라는 성분을 추출해서

항암치료제로 개발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주목나무는 천천히 크게 자라서

그 자태가 당당하고 위용이 있습니다.

나무의 깊은 주름에서 

산신령 같은 신령함이 느껴집니다.

쉽게 오른 산에서 큰 어르신 같은 자연의 품에 안겨

잠시 큰 숨을 몇 번 들이키고 싶어지는 것입니다.



식물은 자신의 유전적 특성에 따라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해 살아가다가

수명을 다합니다.

식물의 시각적 아름다움 뿐만 아니라

그 성실함과 담담함이

우리에게 큰 위안이 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아무것도 변하지 않은 것 같아도

뿌리를 조금 더 뻗어 양분을 흡수하는 식물처럼

나도 오늘 하루 성실하게 살았다는 인정.

오늘은 식물에 한 번 더 눈길을 주고

나 자신에게도 햇빛과 바람을 선물해주는게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