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맛’의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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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24
조회수 619


여러분이 가장 좋아하는 계절은 언제인가요?

저는 겨울을 가장 좋아합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그 중 한 가지만 꼽으라면

차가운 공기를 느끼며 

차가운 음료 마시기를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뼛속까지 차가운 그 느낌을 

굉장히 즐기는 편이라고 할 수 있죠.


연말이 다가오는 추워진 겨울날 카페에 가보면,

‘뱅쇼’라는 시즌 메뉴를 많이 볼 수 있습니다.

뱅쇼는 ‘데워마시는 와인’이라는 프랑스어라고 하는데요.

이 사실을 처음 알았을 때 적잖은 충격을 받았습니다.

따듯한 술이라니!

 

독일에서는 뱅쇼를 ‘글뤼바인’이라고 부르는데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방역을 지켜달라는 말을 전하던

메르켈 총리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야외에서 글뤼바인을 먹는 것을 독일 국민이

얼마나 사랑하는지 안다. 하지만 올겨울은 제발 참아 달라”

총리가 공식 석상에서 이렇게 말할 정도이니

독일인들이 글뤼바인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느낄 수 있었죠.

 

프랑스에서도 뱅쇼의 인기는 식을 줄 몰랐다고 합니다.

국가적으로 봉쇄령을 내렸음에도 

음식 포장을 기다리며 따듯한 뱅쇼를 마시는 사람들을 

막을 수는 없었다고요.

 

알면 알수록 참 재미있는 음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개인의 취향에 따라 들어가는 재료의 한계가 없다는 점도,

우리나라에서도 이를 즐기는 사람이 많다는 점이 신선했죠.

 

이쯤 되니 도대체 어떤 음료이길래 사람들이 이렇게 까지

열광하는 걸까 이유가 궁금해졌습니다.

직접 만들어보면 좋았겠지만, 요리를 즐기지 않는 저이기에

카페에서 판매하고 있는 뱅쇼를 맛보았습니다.

 

뱅쇼의 첫 느낌은 생각보다 와인 향이

진하게 난다는 것이었습니다.

향 만으로도 몸이 따듯해지는 기분이 들었죠.

거기에 시나몬 향이 더해지니 

무언가 독특한 풍미가 느껴졌습니다.

평소 시나몬을 즐기지 않는 편인데도 이번 만큼은

시나몬이 있어서 더욱 좋은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 시나몬 스틱에 붉은빛 물이 드는걸 보고 있자니

이것을 잘 건조시켜 방에 두면 지금 느낀 향과 맛을

오래도록 기억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은은하게 좋은 기분을 가져다줄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요.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뱅쇼가 식어버려서 아차 싶었습니다.

따스함이 없어지면 쓰고 떫은 맛이 나겠구나 생각했거든요.

그렇게 아쉬운 마음으로 한 모금 들이켰는데 

오히려 기쁨을 느꼈습니다.

식은 후에도 이런 맛을 느낄 수 있다니!

 

따듯했을 때는 달콤한 맛과 시나몬 향이 잘 어우러졌다면,

식었을 때는 와인 특유의 맛이 느껴졌습니다.

보통 와인을 마실 때 바라는

약간 묵직한 바디감 같은 것이랄까요.

너무 가볍지도 않고, 너무 무겁지도 않으면서

든든하게 중심을 잡아주는 느낌이었습니다.

게다가 음료라고는 해도 술이 들어가서 그런지

온도가 떨어져도 속은 따듯해지는 느낌이었고요.

물론, 이건 제가 알코올에 취약해서 

그런 것일 수도 있지만요.

 

뱅쇼로 종이컵의 한 면이 

나이테처럼 물드는 것을 보고 있자니

왜인지 모르게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보통 와인은 유리잔에 따라 마시니,

이런 감상을 느낄 수 없었거든요.

그래서 더 재미있었고, 감성이 충만해지는 기분이었지요.

아, 이래서 유럽 사람들이 테이크아웃해서 먹는가 봅니다.

 

끝 맛이 깔끔하고, 재료들의 향 조합도 너무 좋았고,

몰랐던 시나몬의 매력도 한껏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또 다른 레시피의 뱅쇼들은 

어떤 즐거움을 줄까 궁금해졌고요.

 

하늘은 파랗고, 햇살은 쨍쨍하지만, 공기는 차가운 지금

따듯한 뱅쇼 한 잔 곁들여준다면

포근하고 안온하게 겨울을 즐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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