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의 빛, 소설과 영화

Hanna
2022-03-04
조회수 1048

지난 북큐레이션 주제 [안부하다]에서 선정된 책 가운데

미야모투 테루의 [금수]라는 책이 있었습니다.

헤어진 부부가 우연히 만난 후 과거의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편지로 나누는 내용의 소설입니다.

지난 겨울 여행에 가져가서 다 읽고 올 정도로 재미 있었습니다.


미야모토 테루의 작품을 먼저 알게 된 것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장편 데뷔작으로 영화화 한 [환상의 빛]입니다.

영화 [환상의 빛]은

넉넉치 않아도 서로 다정하게 살아가던 유미코와 이쿠오, 젊은 부부 가운데

남편 이쿠오가 돌연 철로에서 자살을 해버리고

유미코는 작은 어촌마을에 사는 다미오와 재혼을 하여 그럭저럭 행복하게 살아가면서도

머리 속을 멤도는 이쿠오의 죽음의 이유를 묻고 또 묻다가 

결국에는 받아들이게 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관객 입장에서도 '도대체 왜?'라고 질문을 할 수 밖에 없는데

보는 내내 영상이 너무 아름답고

잔잔하게 그려진 일상의 모습도 행복해보여

안됐다.. 싶은 마음을 한켠에 두고 가만히 바라보게 되는 영화입니다.

이쿠오의 죽음에 대한 의문이 떠나지 않아 헤매는 유미코도

관조하는 듯한 카메라의 시선으로 조용히 응시합니다.


일본 작품을 보다보면 삶과 죽음이 항상 가까이 있다고 생각하는구나

하는 느낌을 받습니다. 

역사적으로 내전이 많았고 천재지변이 많이 일어나기 때문이라는 설명을 들은 것 같은데,

큰일이 일어나면 엉엉 우는 우리나라와 달리

이해되지 않는 죽음을 받아들이는 태도가 더 조용한 것 같습니다.

소설에서는 이쿠오의 사시(斜視)가 드러나는 장면이 잠깐 나와

그의 죽음에 대한 원인은 아니더라도

뭔가 심상치 않다는 느낌을 주는데

이 부분이 영화에서는 나오지 않습니다.

너무 노골적이라고 생각한 걸까요.

그것 말고도 소설에는 더 많은 내용이 담겨있고

중요한 장면의 순서나 연결도 많이 다르지만

왜인지 그 장면만이 나중에까지 기억에 남았습니다.


다만 이쿠오 역할을 맡은 배우 아사노 타다노부가

뭔가 사라질 사람처럼 투명하게 보이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검색을 하다보니 최근 작품들에서는 선이 굵은 남성적인 영할을 맡은 것 같아

놀라웠습니다. 정말 배우들은 대단한 것 같아요.


사람은 아무리 큰일이고 슬픈 일이더라도

이유를 알 수 없는 것을 더 힘들어하는가 봅니다.

유미코는 평온안 일상 속에서도 혼자만의 질문을 계속하다가

마음 속 질문이 터져나오는데 

그에 대해 다미오가 해준 짧은 대답에서 나름대로 그 일을 이해하는 힌트를 얻게 됩니다.

그리고 나름대로 그 죽음의 이유를 납득한 후

안도감을 얻고 새로운 삶을 살아나갑니다.

소설에서는 그 부분이 좀더 명확하게 그려져 있네요.


이해할 수 없는 삶과 죽음에 대해

잔잔히 바라볼 수 있는 좋은 영화 그리고 소설이었습니다.

0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