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으로 지탱하는 삶

Hanna
2022-09-14
조회수 241

이번 북큐레이션은 '손으로 지탱하는 삶'을 주제로 

연주하기, 필사하기, 공예하기, 쓰다듬기

네 가지 활동들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저 역시 손으로 하는 활동들을 좋아합니다.

어릴 때 방에 틀어박혀 만들기 책에 나오는 것들을 

따라해보기도 하고

고무판을 사서 조각칼로 

도장을 만들어보기도 했습니다.


저희 어머니도 바느질로 옷이나 

소품을 만드는 것이 취미시고

이모들도 바느질이 프로의 수준이셔서

이것도 유전이려나 싶습니다.


<엄마가 만드신 자수 브로치>


한창 회사에서 일을 하던 20대에

우연히 서점에서 책을 한권 보았는데

조조 선생님, 그러니까 플로리스트 조은영의

[런던의 플로리스트] 였습니다.


선생님 역시 회사에 다니다가 플로리스트로 

완전히 새로운 삶을 살게되었다는 여정을 읽으며

 (20대 답게도) 마음이 뜨거워진 저는

바로 조조 선생님이 운영하시는

Inspired by JOJO 의 

플로리스트 전문가 반에 들어갔습니다.


그때 꽃과의 인연이 시작되었습니다.

한때는 플로리스트가 될까도 생각했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생각을 접게 된 것은

미국 뉴욕에서 하루짜리 인턴을 하기 위해

뉴욕을 3박4일로 다녀온 이후입니다.


제가 팔로잉하고 있던 한 뉴욕의 플로리스트가

뉴욕 센트럴파크 동물원에서 있을 

결혼식 장식을 하는데

필요한 인턴을 모집하기에

열정이 가득했던 저는 

단 하루의 인턴을 위해 뉴욕까지 날아갔던 것입니다.



정말 아름다운 장소에서 결혼식 준비에 참여했고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까 끝나고 저녁도 얻어먹었지만,

저는 정말 아무 경력도 없었기에 무급으로

열정페이다 해도 좋았지만

이미 뉴욕에서 플로리스트를 하고 있는 사람도

거기서 무급으로 인턴을 하는 것을 보고

강력한 현타가 왔습니다.

게다가 제일 중요한 어레인지는

그 플로리스트 혼자 했고 말입니다. 당연한 일이겠지만..



하지만 그 이후에도 저는 꽃을 놓지 않았습니다.

제가 다니는 교회는 규모가 작아서

봉사를 자원하는 사람을 마다하지 않기에

3년 동안 성전 꽃꽂이를 하면서

제 나름의 꽃 표현을 익힐 수 있었습니다.




꽃의 매력은 사실 꽃도 좋지만

'소재'라고 하는 풀과 나뭇가지들의 

멋스러움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이것저것 합쳐서 꽂곤 하지만

자기 마음대로 휘어진 가지를 바라보면

이것만으로 완성된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요즘에는 서양식 꽃꽂이가 아닌

이케노보를 배우고 있습니다.

수백년의 역사를 가진 일본의 꽃꽂이는

서양과는, 그리고 한국과는 

확실히 다른 미감을 가지고 있다고 느낍니다.


자연물에 대한 굉장한 통제가 들어가면서도

잎 하나에 꽃 하나에 우주를 담으려하고

이런 색 조합이 가능해? 싶다가도

선생님께서 시범을 보이시면

납득하고마는 것입니다.


기물 하나하나에 마음을 쏟고

기물을 관리하기 위해 기물을 만드는 사람들.

엄격한 법칙에 따라 꽃을 꽂고

때로는 아주 가녀리게

때로는 상상 이상으로 강하게 표현하는

이케노보의 세계는 정말 깊어서

오랫동안 천천히 배워보려고 합니다.


아마 눈치 채셨을까요?

'하루배움'의 로고로 활용한 이미지는

제가 한때 플로리스트의 꿈을 키우면서

이미 수년전 만들어 놓은 것을 활용한 것입니다.



언젠가 the prefer에서

꽃꽂이에 관해서도

깊이있게 다루어보고 싶습니다.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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