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이라는 공간에 대하여 - [집을, 순례하다] 나카무라 요시후미

Hanna
2022-06-08
조회수 474

여러분의 집은 어떤 모습인가요?

저희 집은 서울에 있는 빌라인데, 볕도 들어오고 위치도 좋고 주차도 가능하고 여러모로 편리한 집이지만

마주보는 창이 없어 환기가 잘 되지 않고, 테라스가 없고, 현관 바로 옆에 화장실이 있고 그 화장실에 창문이 없다는 점이 가장 아쉽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한동안 거실을 확장하고 테라스를 없애는 풍조가 유행이었는데 요즘은 코로나 시대를 거치면서 집에서 휴식하는 것을 배우게 된 것일까요, 테라스에 대한 욕구가 커지는 것 같아 다행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사계절이 뚜렷하다는 점은 집에 있어서도 많은 요소를 고려하게 하겠지요.

그 '집'에 대해 여러모로 고민을 한 건축가 중에 나카무라 요시후미라는 건축가가 있습니다.



이번 <머물던 곳, 머무는 곳, 머물 곳>을 주제로 소개해드리는 북큐레이션 가운데 [집을, 순례하다]의 저자인데, 집에 관해 다양한 저작을 남겼습니다.

저는 어느날 유현준 교수님이 이 책을 소개해주시는 것을 텔레비전에서 보고 알게되어, 국내에 소개된 저작은 거의 다 읽어본 것 같습니다.



집은 어때야 하는가. 

집의 어떤 요소가 편안함과 안락함을 주는가.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집을, 순례하다]에서는 전세계의 가장 유명한 건축가들이 만든 집들을 찾아갑니다.

외부 모습과 집에 도착하기 까지의 과정, 집 안의 동선을 다양한 사진과 직접 그린 디테일, 그리고 도면을 곁들여 친절하게 설명해줍니다.

자신이 그곳에서 직접 느낀 것을 대화하듯 전달하기 때문에 친구에게 집 소개를 받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합니다.



위 사진에 소개된 집은 루이스 칸의 <에시에릭 하우스>입니다.

이 책에서 소개된 9개의 집 가운데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가장 먼저 여러개의 크고 작은 T자가 눈에 들어오는 이 건물은 언뜻 집 같아 보이지 않는데도 왜 제게 매력적으로 여겨졌을까요.


도면을 보면서 나카무라씨의 조근조근한 설명을 읽어가다 보면 어느새 아하~ 하고 있는 제 모습을 발견하게 됩니다.


'주요 공간'과 '서비스 공간'을 상호 교차하게 배치한 점, 물을 사용하는 공간이 아래위로 빈틈없이 겹쳐져 있는 것이나 모든 동선이 막히지 않고 '연속적인 구조'로 되어 있는 절묘한 배치를 했다는 것을 읽고

아아 건축가가 집을 설계하면 그런 점을 고려하는구나 하고 배웠습니다.


'자연광 없이, 건축은 없다.'라고 주장한 건축가 답게

나무 칸막이를 설치한 커다란 유리문이 햇살 가득한 공원의 나무들을 보여주는 동시에 통풍이나 환기를 위한 창은 분리하여 만들어 놓았습니다.

이동식 사다리가 달린 커다란 책장과 만져보고 싶도록 둥글에 깎아 만든 목재 난간이 아름다운 집이기도 합니다.


이런 공간에서 생활을 하면 편리하기는 하지만 어딘가 답답한 지금의 집과 어떻게 다를지 궁금합니다.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의 [낙수장]을 소개하는 곳에서 나카무라 요시후미는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건축적이라고 하는 것은 ... 특별한 것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것은 벽난로를 hearth라고 부르는 정신이며, 

평면계획에 무리도 헛됨도 없는 구조계획과 설비계획이 반영되어 있는 것이며,

굴뚝을 필요로 하는 곳이 위층과 아래층에 정확히 포개지는 것입니다.'


즉 새롭고 놀라운 겉모양이 아니라 효율적이고 쾌적한 생활과 동시에 아늑한 느낌을 주기위한 치밀한 설계의 중요성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나카무라 요시후미의 첫 주택 작품은 다른 많은 건축가들과 같이 부모님을 위한 집이었다고 합니다.

'실용성 없는 건축이 가치가 있다'는 어처구니 없는 착각에 빠져있던 시절의 작품이어서 부끄럽다고 하네요.


위대한 건축가들의 주택을 직접 가서 보고 느끼고 공부하면서

'주택을 설계하는 건축가는 <인간의 거처>에 대한 풍부한 상상력의 소유자가 되지 않으면 안되며,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설득력과 캐릭터도 갖추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합니다.

또한 '사람들의 희로애락에 공감할 수 있는 유연한 마음을 가진 

<인간 관찰자>가 되지 않으면 안된다.'고 말합니다.


나카무라 요시후미의 다른 책들은

일본의 건축가들이 지은 주택, 시골의 빵집을 만드는 과정을 담은 글 등 풍부한 경험과 내용으로 집에 대해 지속적으로 이야기합니다.


나카무라 요시후미의 책을 읽으면서 나만의 집에 대한 꿈을 키우다보면 삶의 대한 시선까지 바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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