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배움 - 모시빗자루 만들기] w/밝은공방

Hanna
2022-09-03
조회수 515


가족과 함께 살다가 자취를 하게 되거나

새로이 생활공간을 만들 때

생각보다 필요한 것이 많다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저는 결혼 후 처음 제손으로 생활도구를 구입하면서

'아 이것도 사야하는구나'하고 

생각했던 것이 많은 것 같습니다.

작은 플라스틱 대야라던가 변기솔 같은 것들이요.


옛날에는 다양한 생활도구를 

직접 만들어서 사용했겠지요.

저번 글에서 다루었던 

온양민속박물관에 있는 물건들 가운데에는

직접 사용하기 위해 

손으로 깎고 묶어 만든 것이 많을 것입니다.

그런 물건들은 일부러 멋을 부려 만들지는 않지만

만들고 사용하는 사람의 삶이 녹아들어가

나름의 멋을 입게 되곤 합니다.


[손으로 지탱하는 삶]을 주제로 한 북큐레이션에 더하여

진행된 이번 [하루배움]에서는

강원도 홍천에서 자연물을 이용하여 

생활도구를 만드는 '밝은공방'과 함께

모시빗자루를 만드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우선 말린 모시를 다섯갈래로 나눕니다.

처음 두 갈래는 같은 높이에서 

끈을 여러번 돌린 후 고정시킵니다.

나머지 세 갈래는 점점 높이를 높여서 

끈으로 묶어 줍니다.

삼베로 만든 튼튼한 실로 한바퀴 한바퀴 감을 때에는

반대쪽 엄지손가락으로 눌러주면서 

실타래를 손으로 잡고 돌려

단단하게 감아주어야 합니다.

엄지손가락에 쥐가 날듯할 정도가 되어

손으로 만든다는 것의 대단함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각자가 원하는 색의 실을 두, 세가지 골라서 만들었는데

대부분의 참가자들이 

그날 입고온 옷의 색상과 

유사한 색을 골라 놀라웠습니다.

역시 잘 어울리는 색을 좋아하게 되는 것일까요.



다섯 묶음이 만들어진 다음에는

한 묶음씩 이어서 붙여나갑니다.

손잡이가 납작해지지 않도록하고 

가닥가닥이 제 자리에 위치하도록

반대손으로 잘 잡아주면서 묶어나가는 것이 

제법 어려워서 여기저기 신음 소리가 들렸습니다.



끝에 고리를 달고 마지막 매듭을 당겨 

보이지 않게 처리한 후 완성하였습니다.

그리고  솔의 높이가 맞도록 잘 자른 다음

물을 뿌려 빗으로 잘 빗어주었습니다.

그리하여 드러난 고운 자태가 

무척이나 뿌듯하였습니다.



앞만 보고 살지 않고

나의 생활을 천천히 바라보며 

구석에 쌓인 먼지를 쓸어내리는 일이

균형잡힌 삶을 위해 

중요한 일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나쁜 것은 쓸어버리고

좋은 것을 불러들이는 빗자루를 

내 손으로 만들어 소중히 다루면서

즐거운 일도 더 자주 생기기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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