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슈 여행기 - 2] 구로카와 - 다이칸보 - 료칸 류케이엔

Hanna
2022-11-29
조회수 458


마음 속에 어떤 풍경을 담고 있는지가

그 사람의 일부를 설명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어떤 사람은 눈 덮인 작은 집일 수도 있겠고

어떤 사람은 눈이 부시는 해변일 수도 있습니다.

저의 경우에는 다이칸보 전망대에서 

아소의 분지를 바라보는 광경이 떠오릅니다.


아, 경치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전에

옥수수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네요!



다이칸보를 향해 가는 11번 국도를 지나다보면

길가에 작은 가게가 있습니다.

사실 커피를 마시러 간 것이었는데

옥수수를 구워 팔고 있기에

넷이서 2개를 시켜 먹어보았습니다.

다시 살짝 구우면서 소금물을 발라주는데

아니, 옥수수 맛이 어떻게 이럴 수가 있을까요!!

옥수수는 우리나라에서 구황작물로 유명한데

이 옥수수는 그 역할은 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전분기가 거의 없이

과일처럼 톡톡터지며 단맛이 나는 것입니다.

한 입 베어물고 우와~

예상 외의 별미에 다들 감탄합니다.

옥수수에 찔러주는 이쑤시개는

먹고 난 뒤의 처리를 위한 것일까요.

다음날 이곳을 또 다시 방문해서

이번에는 한 사람당 한 개씩 차지하고

만족스럽게 먹었답니다.

'우와~' 가 행복한 삶에 있어서 

얼마나 중요한 요소인지요!

여행의 좋은 점은

'우와~' 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만날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이번 여행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음식 두가지는

바로 이 옥수수와

저지 우유였습니다.

(음? 우리나라에도 초당 옥수수가 있군요!

초당 옥수수와 비교해서 먹어보아야 겠습니다.)



다시 떠나는 길,

이 날은 비도 많이 오고

높은 지대여서 그런지 안개도 자욱한 길을 따라

'못 봐도 할 수 없지' 하는 심정으로

다이칸보 전망대를 향해 갔습니다.

예상대로 처음에는 도저히 한치앞이 보이지 않아서

바로 길을 되돌려 구로카와 마을에 갔습니다.



구로카와는 천을 따라 여러 온천장이 이어진 가운데

작은 상점이 군데군데 있는 마을인데

저는 유후인보다 이곳을 더 좋아합니다.

제가 곧잘 가는 그릇 가게에서

참새방앗간처럼 들러

새로운 그릇을 사기도 하고

도라야끼에 찹쌀떡이 끼어있는

디저트를 사먹기도 합니다.

그 가게들이 변함없이 계속 있다는 것이

참 기쁜 일입니다.

닭고기밥을 먹곤 하는 식당이

휴무인 날이기에

향토 음식을 하는 곳을 찾아갔습니다.



갓이 들어간 밥도 있고

이번에 가지 못한 그 집에서 파는

닭고기밥도

카레도 있는 곳이었는데

저의 선택은 야채조림 한상이었습니다.

일본 음식은 야채를 굉장히 다양한 방법으로

사용하는 것 같습니다.

예쁘게 놓여진 야채는

입에 들어가면 부드럽에 씹힐 정도로 알맞게 익어있고

간장 베이스로 달콤하게 조려져 있어

저는 또 하나도 남김 없이 다 먹어버렸습니다.

이 식당에서도 저지우유를 판매하기에 마셔보니

일반 우유보다 훨씬 진하고 고소한 맛입니다.



다 먹고난 뒤에도 하늘이 맑지는 않았지만

3시부터 개인다는 예보를 믿으며 

다시 전망대로 향합니다.

전망대에도 이런저런 쇼핑거리가 있어

잠시 커피와 저지우유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기다려봅니다.

이 지역에서 감을 판매하는 것을 종종 보았는데

전망대에서 파는 감이 거의 사람 얼굴 크기만 하기에

내려오는 길에 한두개 사고자 마음을 먹습니다.



조금 기다려도 날이 통 개지 않습니다.

하지만 소의 등같은 언덕에서

바람 따라 흔들리는 풀들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시원해집니다.

아, 그런데 바람이 계속해서 세게 불더니

가까이 있는 어두운 구름들이 

빠르게 지나가는 것이 보입니다.

역시 우린 운이 좋구나!

곧 열린 풍경을 볼 것이라 기대하고

전망대 넘어 언덕까지 걸어가봅니다.

사람 키만큼 자란 조릿대 사이에 서서

찍은 사진이 제법 마음에 듭니다.



하늘이 개는 것이 보여

다시 전망대로 돌아왔습니다.

아아

이 광경입니다.

구름 사이로 빛이 내리는 모습이

성스러워 보이기도 합니다.



분지 안의 농경지는 잘 개간된 모습이

패치워크 같아 보입니다.

이런 곳에 서있으면

마치 날 수 있을 것만 같습니다.

실제로 전에 날이 좋을 때에는

이곳에서 혼자 패러글라이딩을 하는 사람도 있었는데

언젠가 도전해보고 싶습니다.


이곳의 풍경은

제 마음의 어디를 건드리는 것일까요.

푸른 빛깔보다

누런 황토빛.

그저 이곳에 있으면

한없이 작아지는 것 같은 느낌에

오히려 안도감을 느끼는 듯 합니다.


다시 구름이 내려앉기에

이제 두 번째 료칸인 '류케이엔'으로 향합니다.



류케이엔은 구로카와 마을 인근의

작은 료칸입니다.

7개의 객실이 있고

나무가 우거진 숲길을 따라

4개의 노천탕과

2개의 실내탕이 있습니다.

그 중 4개가 가족탕으로 이용됩니다.


이곳은 이번에 8번째는 오는 것 같습니다.

가족, 친구들과 온 것만 해도 네번째입니다.

이곳 여주인분과는 안면이 있어

이번에 준비한 인삿말을 건넸습니다.


"コロナのせいで心配しました。"

(코로나 때문에 걱정했습니다.)


밝은 얼굴로

고맙다고 이야기하십니다.


이날도 도착하자마자 목욕을 하고

방으로 준비해주시는 가이세키를 먹었습니다.

아아 저는 이곳의 음식을 좋아합니다.

메뉴는 거의 변함이 없습니다.

하지만 항상 맛이 좋습니다.



항상 나오는 신선한 말고기 사시미

육수에 조린 튀긴 두부,

속에 양념을 넣어 구운 생선,

유자향이 나는 맑은 국까지.

이외에도 더 많은 음식이 나오지만

콩 하나까지 남김없이 다 먹습니다.

이날도 배부르게 마무리했습니다.


아침이면 또 다른탕에 가서

목욕을 합니다.

냇가의 물소리를 들으며 하는 목욕이

더욱 개운하게 느껴집니다.


아침에는 일본의 일반적인 조식을 제공해줍니다.

계란과 조린 생선, 간 무, 미소국, 낫토 등



낮은 테이블과 의자가 있는 작은 방이

아침식사 장소인데

한 곳에 텔레비젼도 켜져 있어

정말 일본 가정의 아침식사 장소 같은 느낌이 듭니다.


이곳 류케이엔에는 원래 큰 검정개가 있었습니다.

회색개라고 해야 할까요.

주차장 바로 옆 나무 아래에서 자곤 했는데

저녁 산책에서 만나서 쓰다듬으면

얼굴과 몸집이 듬직해서

그 느낌이 굉장히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다음에 방문했을 때 보이지 않길래

손짓으로 물어보았더니

슬픈 듯한 얼굴로 잠을 자는 모습을 하시기에

눈물이 핑 돌아서 급히 인사를 하고 나왔습니다.


지금도 류케이엔에 방문하면

그 나무 아래

털이 회색빛이 된 커다란 개가

몸을 둥글게 말고 잠을 자고 있을것 같습니다.


세 번째 날에는

아소산 분화구에 들렀다가

후쿠오카로 올라가고자 합니다.


(つづく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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